“지역서 성장한 사람이 그곳에 남아야 문화정책이 성공한 것”

원문: 한겨레 | 양은영 | 원문 발행: 2026-10-12

송은영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 인터뷰
“주민이 준비부터 함께해야 잘된 축제”
지역 잘 아는 사람이 맞는 사업 만들어야

송은영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광명문화재단 대표이사)은 문화가 쌓이려면 기초 단위가 사업을 직접 설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이어갈 사람과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송은영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광명문화재단 대표이사)은 문화가 쌓이려면 기초 단위가 사업을 직접 설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이어갈 사람과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지역에서 성장한 사람이 그곳에 남아야 문화정책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송은영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광명문화재단 대표이사)이 말하는 문화정책 성공 기준이다. 그가 말한 사람에는 예술인뿐 아니라 재단에서 사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직원도 포함된다. 이들이 한곳에서 오래 일하며 주민의 필요를 알아야 그에 맞는 활동을 기획하고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2026~2030년)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송 회장을 지난 8일 경기 광명시 광명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2년 출범한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는 시·군·구 단위 기초문화재단이 모인 연합체다. 현재 150여개 재단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송 회장은 기초문화재단을 “주민과 예술인을 일상적으로 만나며 현장에서 함께 사업을 하는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먼저 지역 사업을 기초 단위에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주민 구성과 이들이 원하는 활동, 사업을 맡을 사람과 이용할 공간은 지역마다 다르다. 이런 사정은 기초 단위가 가장 잘 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비·도비 지원사업은 대개 중앙이나 광역에서 목적이 정해진 채 내려와 지역의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그는 “그 지역에서 사업을 기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인 지원 기준도 기초 단위가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은 잘된 축제의 기준으로 주민의 참여를 꼽았다. 주민이 준비 과정부터 함께하고, 지역 예술인과 단체가 축제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시민들은 유명 가수만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광명문화재단이 9월에 연 광명마당극축제에서는 시민 20여명이 석 달 동안 워크숍을 거쳐 만든 작품이 개막 무대에 올랐다. 광명 예술인들도 공연과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지역 공방 50여곳은 예술장터를 꾸렸다.

지난달 11~13일 경기 광명시 광명시민운동장 일대에서 열린 광명마당극축제에서 어린이와 시민들이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광명시 제공
지난달 11~13일 경기 광명시 광명시민운동장 일대에서 열린 광명마당극축제에서 어린이와 시민들이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광명시 제공

주민 참여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관계가 이어져야 한다. 송 회장은 “신뢰가 쌓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한 해 하고 사업이 사라지면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고, 중간에 끊긴 관계를 되살리려면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든다”고 말했다. 그는 3~5년을 내다보고 시작한 사업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1~2년 만에 끝날 수 있다고 했다.

사업을 맡은 사람이 떠나면 관계를 이어가기는 더 어려워진다. 송 회장은 “문화재단은 이직이 굉장히 잦다”고 했다. 임금 체계를 비롯한 근무 여건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지역을 오래 보며 잘 알아야 그곳에 맞는 사업을 만들 수 있다”며 “예술인도, 재단 행정 인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평가 방식도 걸림돌로 꼽았다. 관객 수가 평가의 잣대가 되면 덜 알려진 지역 예술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어렵다고 했다. 예전에는 재단이 예산을 쓰면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잦았다고 한다. 그러나 주민에게 필요한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을 관객 수와 수익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초문화재단들이 경영평가에 문화사업의 특성을 반영해 달라고 오랫동안 요구해 온 이유다.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문화에 필요한 내용을 담아 ‘문화기본권 보장계획’을 세우면,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다년도 정책협약을 맺어 실행을 뒷받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역문화기관의 성과 관리는 행사 횟수 같은 산출 중심에서 결과와 변화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송 회장은 자신의 견해가 연합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기초 단위가 먼저 계획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을 논의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는 기초 단위가 실제로 사업을 설계할 수 있는지, 사업을 이어갈 재원과 인력이 확보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선 기초문화재단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중앙정부에 전할 통로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연합회가 재단들의 경험과 요구를 모아 정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정책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했다.

송 회장은 제3차 기본계획의 마지막 연도인 2030년에 지역문화정책의 성패를 무엇으로 판단할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역에 사람이 얼마나 남았는지, 주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것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봐야 합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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