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ategorized

석탄이 떠난 자리, 바람으로 메웠다…‘풍력 주주’ 태백시 방긋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환경 영역 탄소중립형 최우수상 강원 태백시

석탄 저문 자리에 들어선 풍력단지
지자체 첫 풍력 주주…배당 76억원
주민은 채권 수익, 지역은 공유화기금

강원 태백시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전경. 태백시는 발전사업에서 받은 배당금 일부를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에 넣어 2025년 요양원 조명 교체와 경로당 4곳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에 사용했다. 태백시 제공

석탄산업은 태백을 만든 기반이었다. 한때 연간 석탄 640만톤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30%를 담당했다. 석탄산업 활황기에는 장성광업소 한 곳에서만 6천여명이 일했다. 그러나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광산은 잇따라 문을 닫았다. 12만명이 넘던 태백시 인구는 3만7천여명으로 줄었다.

석탄이 나오던 고원은 바람이 좋은 곳이기도 했다. 난류가 적고 풍속이 고른 바람은 풍력발전에 알맞다. 2003년 창죽동 매봉산에 첫 풍력발전기가 선 뒤 태백 곳곳 능선에 발전단지가 들어섰다. 2024년 말 기준 태백시의 풍력 설비용량은 175.6메가와트(MW)로 강원도에서 가장 크다. 태백의 재생에너지 전기 가운데 78%는 바람에서 나온다.

바람이 많다고 지역 몫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태백시는 가덕산에 부는 바람으로 얻는 수익을 지역에 남기려 했다. 2018년 시는 강원도, 한국동서발전 등과 함께 태백가덕산풍력발전 주식회사에 출자해 주주가 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자로 참여한 국내 첫 풍력발전 사업이다.

태백시는 1단계에 25억원, 2단계에 40억7천만원을 출자해 이 회사 지분을 10%에서 17.77%까지 늘렸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받은 배당금은 약 76억1천만원이다. 올해 배당으로 누적 배당액이 출자 원금을 넘어섰다.

가덕산에는 1·2단계를 합쳐 발전기 17기가 서 있다. 설비용량은 총 64.2메가와트다. 바람 부는 정도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실제 발전량은 18만8천여 메가와트시(MWh)였다. 1단계 12기에서 나오는 전기의 절반만으로도 태백시 전체 가구의 수요를 채울 수 있다. 2020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의 누적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이산화탄소 약 34만톤에 달한다.

태백시는 제2회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에서 환경 영역 탄소중립형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선정에서 주목한 것은 발전량만이 아니었다. 풍력에서 나온 수익이 지역으로 돌아오는 경로에도 주목했다. 그 경로는 주민과 태백시로 나뉜다. 주민들은 1단계 17억원, 2단계 27억원 규모의 채권투자에 참여했다. 사업기간은 20년으로, 투자 주민들은 약정에 따른 수익을 분기마다 지급받는다. 발전사업에 자금을 넣은 주민이 받는 투자수익이다. 육상 풍력의 이익공유는 법령상 발전기 반경 1킬로미터 안의 읍·면·동 주민으로 대상이 한정된다. 태백은 이를 태백시민 전체로 넓혔다. 발전소 주변 마을이 아니라 만 18살 이상 시민이면 누구나 채권을 살 수 있었다.

주주인 태백시는 배당금의 10%를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으로 전입하고, 나머지는 일반회계 세외수입으로 편성한다. 2021년에는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를 제정해 기금의 재원과 사용처, 심의위원회 운영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이 기금에서 약 6천여만원으로 태백시실버요양원의 낡은 조명 240개를 엘이디(LED) 조명으로 바꾸고, 경로당 4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했다. 풍력에서 생긴 수익을 노인 생활시설의 에너지 환경 개선과 추가 재생에너지 보급에 쓴 첫 집행 사례다. 시는 2031년까지 기금 약 12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

한겨레 원문 보기

h-local

Recent Posts

“지역서 성장한 사람이 그곳에 남아야 문화정책이 성공한 것”

송은영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 인터뷰 · “주민이 준비부터 함께해야 잘된 축제” · 지역 잘 아는 사람이 맞는…

11시간 ago

무신사와 수제화공방을 ‘성수동 지킴이’로 한데 묶었다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경제 영역 혁신경제형 최우수상, 서울 성동구‘타운매니지먼트’라는 지역관리체계 가동기업 육성·상권 보호·도시 정비 등…

5일 ago

원정 조리 떠나던 산모들 돌아왔다…예천군이 채운 일상의 공백들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 사회 영역 생활안정형 최우수상 경북 예천군 · 떠나던 산모 돌아온…

6일 ago

선별 장소 바꾸자 재활용률 껑충…광명시가 바꾼 ‘폐기물의 선순환’

2026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 · 환경 영역 자원순환형 최우수상 경기 광명시 · 대형폐기물 한곳에…

6일 ago

동네서 70만원 쓰면 8만원 환급…영암 상인들 월출페이에 함박웃음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 경제 영역 지역순환경제형 최우수 영암군 · 지역화폐 월출페이로 가게 간…

2주 ago

원도심 쪽방촌에서 싹튼 ‘서로 돌봄’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 사회 영역 돌봄강화형 ‘최우수’ 전남광주 동구 · 쪽방촌에 들어선 거점형…

2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