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그림 : 숟가락
원문: 한겨레 | 김선식 | 원문 발행: 2019-09-11
열에 셋은 1인 가구, 열에 둘은 ‘혼추족’ 혼추족들에게 간편하고 우아한 경험 제안 미술·춤·음악 등 수업부터 제주 오름 등반까지 숨은그림찾기 응모 5명 추첨해 선물 증정
일과 가족이라는 ‘전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시간을 꿈꿔 본다. 십년 전 즈음 그런 날이 있었던가. 어느 한가위 연휴, 취업 준비를 핑계로 홀로 서울에 남았다. 차가운 옥탑방 바닥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호젓한 시간, 비무장지대 풀숲에 가만히 웅크린 고라니처럼 온종일 ‘막막한 평화’를 음미했다. 그러다 문득 고향 집 밥 짓는 냄새가 그리워지면 옷을 주섬주섬 차려입고 동네 ‘김밥집’으로 향했다. 참기름 바른 김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가만히 누워있길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금세 흘렀다. 아니, 당황스러울 만치 날은 빨리 저물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를 부려도 괜찮은 건가? 그런 조급한 생각이 들 무렵 연휴는 이미 끝나 있었다. 막막한 시간 끝엔 보통 후회가 밀려온다는 깨달음과 함께.
한가위를 홀로 보내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자들)이 많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성인 10명 가운데 2명은 혼추족’이라는 통계를 지난 9일 발표했다. 직장인 746명을 포함한 성인 283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스스로 ‘혼추족’이라고 답한 이가 19.8%였다. 혼추족을 꿈꾸는 이들도 많다. ‘추석을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28.8%가 ‘나 혼자만’이라고 답했다. ‘잠재적 혼추족’들이다. ‘연휴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정’은 ‘수면과 티브이(TV) 시청 등 충분한 휴식(44.8%)이었다. 가족·친지 모임(41.8%)과 아르바이트·명절 특근 등 근무(25.6%)를 제쳤다.
눈치 빠른 업체들은 ‘혼추족’ 상품을 내놨다.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은 ‘나 홀로 즐기는 추석’이란 이름으로 상품 2591개를 올려놨다. 이중 판매량 1위는 ‘스테이크 세트’(570g). 씨제이((CJ)오쇼핑은 지난달 26~29일 모바일 생방송으로 ‘추석을 피하고 싶은 상품’을 소개했다. 혼추족을 겨냥해 동남아 여행 상품, 소형 프로젝터, 전자책 기기, 피자 등을 내놨다.
한가위 연휴, 간편하고도 우아한 시간을 제안하는 곳들도 있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과 재능 공유 플랫폼인 ‘탈잉’이다. 한두 시간 참여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현대 미술 작가에게 직접 작품 세계에 관해 듣고 함께 와인 마시며 대화 나누는 파티, 스페인 전통무용 ‘플라멩코’ 배우기, 전통 악기 가야금 연주 배우기 등이 있다. 좀 더 실용적인 걸 원한다면 유튜브 콘텐츠 제작이나 거북목 교정 운동 교실도 있다. 아예 제주로 홀연히 떠나 ‘플레이스 캠프 제주’?와 함께 해 질 녘 용눈이 오름에서 보름달을 맞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홀로 식당에서 밥 먹기 마땅치 않다면, ‘추석 특선’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 든든히 챙겨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열에 셋(29.3%)은 1인가구(2018년 11월 기준, 584만9천가구), 열에 둘은 ‘혼추족’인 시대, ESC가 한가위 연휴 혼추족들에게 제안한다. 노세, 노세, 혼자서 노세!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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