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회전 간판. 자료 사진
원문: 한겨레 | 김선식 | 원문 발행: 2020-12-17
미용실은 대기자가 많았다. 난 시간이 없었다. 불현듯 동네 골목 ‘이발소 싸인볼’(원통형 회전 간판)이 떠올랐다. 즉흥적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달 7일 생전 처음 이발소에 갔다. 나도 모르게 강렬한 기분 전환을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앞 면도는 안 됩니다.’ 정면 거울, 에이포(A4) 종이에 고딕체로 쓴 문장에 압도당했다. 주인장의 고집이 느껴졌다. “옆머리 허옇게만 밀지 마시고요. 그냥 짧고 깔끔하게 깎아 주세요.” 미용실 의자에 앉으면 늘 하던 말을 기계적으로 읊었다. 미용실에선 그 뒤로 일사천리였다. 이발사는 달랐다. “옆머리를 자르긴 자르라는 말이죠? 옆머리 숱이 거의 없는데….” “아 그럼 조금만 잘라 주세요.” “아 근데 옆머리 숱이 거의 없는데….” 이발사가 고집을 부렸다. 난 결국 “옆머리 많이 안 남기셔도 돼요. 너무 흉하지만 않게 해주세요”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그의 한 마디. “확 잘라부러?”
‘서걱서걱’. 가위질 소리가 유난히 컸다. 거울에 비친 그의 손은 확연히 떨렸다. ‘설마 귀를 자르진 않겠지.’ 난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다스렸다. 미용실에선 보통 뒷머리부터 다듬었다. 이발사는 앞머리부터 잘랐다. 앞머리 두 뭉텅이가 잘려나갔다. 20분쯤 지났을까? “너무 짧아요?” 그 말에 눈을 떴다. 깜짝 놀랐다. ‘대만족’이었다. 난 숱을 좀 더 쳐달라고 했다. 그가 응수했다. “지금 머리에 붙어있는 털보다 바닥에 떨어진 털이 더 많아요.” “그런가요? 하하하.” 우린 동시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자외선 소독기에서 면도칼을 꺼냈다. 돈가스 전문점 나이프를 닮은 칼이었다. 칼이 닿기도 전에 모공이 솟아올랐다. 떨리는 손으로 잔털 손질을 마친 그가 말했다. “깔끔하고 예쁘네.” 난 그제야 맘이 놓였다.
이발소엔 카드 결제기가 없었다. “집이 바로 앞인데 금방 갔다 올게요!” 난 기분 좋게 말했다. 이발사는 경계했다. “그냥 가면 안 되지. 뭐라도 놓고 갔다 와야지.” 내가 당황한 듯 망설이자 그가 한마디 보탰다. “그렇게 말하고 다시 안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난 반팔 티셔츠만 입고 한겨울 집으로 달려야 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송은영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 인터뷰 · “주민이 준비부터 함께해야 잘된 축제” · 지역 잘 아는 사람이 맞는…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경제 영역 혁신경제형 최우수상, 서울 성동구‘타운매니지먼트’라는 지역관리체계 가동기업 육성·상권 보호·도시 정비 등…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환경 영역 탄소중립형 최우수상 강원 태백시 석탄 저문 자리에 들어선 풍력단지지자체 첫…
2026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 · 환경 영역 자원순환형 최우수상 경기 광명시 · 대형폐기물 한곳에…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 경제 영역 지역순환경제형 최우수 영암군 · 지역화폐 월출페이로 가게 간…